세간에서는 IE 끼워팔기가 합법으로 결론났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아는 한 “명확한 결론없이 흐지부지되었다”가 맞다.

그 유명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U. S. v. Microsoft

MS는 IE를 윈도즈 OS에서 지우지 못하게 하는 따위의 이면계약을 OEM 업체들에게 강제했고 또한 OS에 IE를 끼워팔아 셔먼법(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연방법무부에 의해 제소되었다.

MS의 이런 행태는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전. DOS에다가 Windows 3.0을 끼워팔아 독금법 위반으로 제소된 바 있었다. 그 때 연방정부와 MS는 최종판결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합의하였다(consent decree).  앞으로 더이상 OS에 상품(product)을 끼워팔지 않을 것이나 다만 기능(feature)을 부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다.

그런데 윈도즈 98에 IE가 tying되자 다시 연방정부가 제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핵심은 IE가 OS의 feature냐 아니냐에 있었다. 1심판사 토머스 펜필드 잭슨은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IE는 feature가 아니라 product란 것이다. MS는 IE는 공짜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지만 OS가격에 다 포함된 것 아니냐고 잭슨은 이를 부인했다. 또 MS는 IE를 제거하면 윈도즈 OS가 느려진다는 것을 시연한 비디오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이 비디오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MS는 왜 IE를 끼워팔았을까?  사실 IE 자체에서 어떤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MS가 고수하려는 것은 운영체제 시장의 독점이었다.

아시다시피 MS는 윈도즈95를 출시할 때까지는 웹브라우저 같은 것은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출시 직후 인터넷과 웹은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성장해갔다. 이에 MS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왜??? 인터넷과 웹이 자신의 플랫폼, 즉 윈도즈 운영체제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될 수 있음을 감지했던 것이다.

웹브라우저는 단순히 웹서핑의 도구에 그치는 게 아니다. 브라우저 상에서 사실상 모든 응용프로그램이 돌아갈 수 있다. 구글의 Docs and Spreadsheets를 생각해보라. 웹상에서 오피스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웹으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볼 수 있다. 자바와 같은 가상머신을 플러그인으로 돌릴 수도 있다. 이것은 곧 윈도즈라는 플랫폼 위에 또다른 플랫폼이 들어서게 되어 윈도즈를 질식시킬 수도 있다는 결론이 된다.

IE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사망한 넷스케잎은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하였다. 리눅스, BSD, Mac, Solaris 등등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운영체제에서 돌아갔다. 만약 프로그래머들이 윈도즈 API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대신 웹 상에서 또는 플러그인 상에서 또는 넷스케잎이 제공하는 API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 이제 윈도즈라는 운영체제를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가 된다. 차차 윈도즈는 죽게 되고 OS로 먹고사는 MS도 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두려웠던 MS는 다중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넷스케잎을 질식사시키기로 작정한다. 그래서 급히 Mosaic을 기반으로 IE를 만들어 배포하였다(윈95 서비스팩2에서부터 들어간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IE로 하여금 윈도즈 이외의 운영체제를 지원하지 않게 하였다. 물론 Mac용 IE가 과거에 있었다. 허나 많은 기능적 제약이 가해져 있어서 윈도에서와 같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요는 API 싸움이었다. 윈도즈 API냐 웹브라우저 API냐. 그것이 문제였다.

운영체제에 끼워팔기 함으로써 IE를 널리 확산시켜 넷스케잎을 죽이고 넷스케잎에 대한 승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 MS는 웹까지도 집어삼키기로 한다. 웹을 지렛대로 삼아 운영체제의 완전한 독점을 꽤하게 된 것이다. 즉, MS는 IE에다가 윈도즈 API를 직접 지원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ActiveX이다. ActiveX 기술이 널리 쓰이면 윈도즈와 IE 없이는 웹서핑조차 불가능하게 된다. 이제 IE가 도리어 윈도즈 운영체제의 확산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로까지 되었다.

윈도즈만 지원하는 IE, IE만을 강요하는 윈도즈. 이 둘이 결합함으로써 윈도즈는 거의 모든 PC운영체제 시장을 독차지하였다.

IE 끼워팔기는 바로 윈도즈를 위한 창이자 방패였다.  사실 DOS에 윈도즈3.0을 끼워팔았던 제1차 U. S. v. MS 사건도 맥락은 마찬가지였다.  엄습해오는 맥의 그래픽 운영체제에 대항하여 스스로 Gui 운영체제를 작성하는 수년의 기간동안 사용자들이 맥으로 이탈하지 못하게 붙잡아두는 전략의 산물이 윈도즈3.0이었다. IBM 호환 PC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앉아서 PC 운영체제 시장 독점을 거머쥔 MS는 이 시장의 독점을 지키기 위해 원도즈3.0을 끼워팔았었다. 동일한 전략이 IE를 선봉으로 내세워 또다시 수행되었던 것이다.

넷스케잎은 죽었다. 하지만 그 잿속에서 불여우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넷은 윈도즈와 IE가 아니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적어도 이 거지같은 대한민국의 땅에서는...

그래도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한국의 웹도 정화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자.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이 땅에서 무슨 염치로 아이들을 낳아서 키울 수가 있겠는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컴퓨터 과목은 철저히 윈도즈와 그 응용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이다. 윈도즈 사용법을 배우고 MS오피스를 배우고 아래아한글을 배운다. 그나마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컴퓨터시간에 선생님이 윈도즈 아닌 다른 운영체제 쓰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단다. 물론 유일하게 우리 딸아이 혼자만 손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물어보는 선생님이 한명이라도 있다는 건 희망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제2차 U. S. v. MS 사건은 항소심 재판에서 부분적으로 파기환송된다. 1심판사 잭슨이 심리중에 언론 인터뷰를 갖는 등 판사로서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여 객관적 심리를 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이유에서이다. 또한 IE 끼워팔기에 대한 법리 적용이 미진하여 다시 심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여자판사(아마 이름이 무슨 코텔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가 이 사건을 배당받았다.

하지만 환송된 사건은 심리도 제대로 열어보기 전에 흐지부지되었다. 연방정부와 MS간에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정권은 클린턴에서 부시로 바뀌어있었다. 선거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한 MS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계속 수행할 수 없었으리라는 것은, 법적인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없으나, 정치학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간다.

IE 끼워팔기에 대해서 그 합법성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사건은 종결되었다. 결코 끼워팔기가 합법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 세간에서는 이것을 잘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이 글은 예전에 읽은 U. S. v. Microsoft 판결문과 역시 예전에 읽은 레식 선생의 The Future of Ideas 라는 책을 기초로 내 생각을 두서없이 적은 것이다.  레식의 저 책은 내가 보기에 저자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두드러지는 탁월한 걸작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책들은 국역이 돼 있지만 저 책만은, 내가 과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이 아직 안되고 있다.  어쩌면 벌써 번역의 시기를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의 소송사건들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Posted by nomos